한국 스타트업, 왜 해외로 가는가?
지난 10년간 해외로 나간 한국 스타트업의 수는 6배나 증가했다. 2014년 32곳에서 2023년 186곳으로 늘어났으며,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면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가 유리하고, 규제 리스크도 적으며, 인재 유치도 훨씬 쉬워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규제 만능주의, 사법·입법 만능주의, 이공계 기피 현상, 도전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관, 그리고 부동산 중심의 자본 흐름이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한국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스타트업이 해외로 떠나는 것은 "자업자득, 사필귀정"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해외 이전의 원인 분석
2.1 규제 만능주의와 사법·입법 만능주의
한국에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정부의 규제가 쏟아진다. 혁신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보다는 법적 장벽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기존 산업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시달렸다. 카풀 서비스, 원격의료, 핀테크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은 법과 규제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한국에서 혁신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제당국과의 협상을 거쳐야 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스타트업들에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반면, 미국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있다.
2.2 한국 사회의 보상 시스템: 혁신보다 안정
한국 사회에서 성공의 척도는 "안정"이다. 도전보다는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며, 창업보다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문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의 경제 구조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기업은 스타트업과의 협업보다는 자체적인 혁신을 선호하며, 공공기관은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기존 대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이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고, 창업자들은 해외로 나가 더 나은 환경을 찾게 된다.
2.3 인재 유출과 투자 환경
한국에서 창업을 하면 자금 조달이 어렵고,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면,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이 대부분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며, 기업들은 이 자금을 활용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고용을 창출한다. 이는 미국의 위대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혁신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부동산 중심의 경제 구조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의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2.4 한국 정치의 시대착오적 사고방식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한국의 정치권은 여전히 20세기 초중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기존 산업 보호에 집중하고 있으며, 혁신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의 경제 운영을 유지하려고 한다.
결국,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한국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는 한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 해외 이전을 막을 방법은?
스타트업들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규제 혁신: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고,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관 변화: 안정이 아니라 도전과 혁신이 성공의 척도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투자 환경 개선: 부동산 중심의 자본 흐름을 바꾸고,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정치적 사고방식의 전환: 21세기형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토스의 이승건 대표도 나스닥 상장을 계획 중이며,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도 해외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다.
한국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되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제 변화가 필수적이다. 혁신을 억제하는 규제를 없애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능한 인재들과 기업들을 해외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